비폭력대화로 조직개편 소문 앞에서 동료의 불안을 안아준 날

비폭력대화의 관찰로 드러난 동료의 작은 행동 변화

조직개편이 예정되어 있다는 소문이 퍼졌을 때, 사무실의 공기는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점심시간에도 말수가 줄었고, 메신저는 조용했고, 누군가 한숨을 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습니다. 평소 밝게 인사하던 동료조차 고개를 숙인 채 자리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불편함을 느꼈지만, 예전 같으면 '예민하네', '괜히 분위기 망친다'는 생각으로 넘겼을 겁니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습니다. 나는 비폭력대화에서 배운 '관찰'의 자세로 동료를 바라보았습니다.

 

관찰은 해석이나 평가 없이, 눈앞의 사실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태도입니다. "요즘 왜 저래?" 대신 "회의 중에도 팔짱을 끼고 있고, 눈을 자주 깔아 내려다보네"라고 생각하는 방식입니다. 동료의 표정, 자세, 말투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이니, 이전에 놓쳤던 신호들이 보였습니다. 그는 그날 회의에서도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고, 평소 챙기던 공지사항도 슬며시 다른 사람에게 넘겼습니다. 그건 그가 평소와는 다르게 행동하고 있다는 명확한 관찰이었습니다.

 

비폭력대화는 말로 하기 전에 눈으로 듣는 연습을 먼저 가르칩니다. 그날 나는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 먼저, 관찰을 통해 내 안의 편견을 내려놓았습니다. 동료는 변한 게 아니라, 내가 그를 다르게 보기 시작한 겁니다. 관찰은 질문을 만들고, 질문은 대화를 이끌어냅니다. 그 순간부터 나는 '왜'라는 판단 대신 '무슨 일이 있었을까'라는 마음으로 그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이 작은 전환이 대화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판단을 멈추고 행동을 바라본 하루

조직개편 이야기가 슬며시 사무실 안을 돌기 시작했을 때, 많은 사람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침묵은 오히려 소란스러웠습니다. 특히 옆자리 동료는 평소보다 말이 줄었고, 자주 한숨을 쉬었습니다. 커피를 마시러 가는 횟수도 늘었고, 자리에서도 자꾸 몸을 움직였습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걱정이 들었지만, 그전 같으면 그냥 바쁜가 보다 하고 넘겼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날은 비폭력대화의 '관찰'이라는 개념이 떠올랐습니다.

 

비폭력대화에서 말하는 관찰은 해석이나 평가 없이, 지금 눈앞에서 벌어지는 행동만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입니다. "요즘 왜 이렇게 불안해 보여?" 같은 질문 대신 "회의 시간 내내 펜을 계속 돌리고 있었고, 말은 거의 하지 않았어"라고 말하는 방식입니다. 그 관찰은 판단을 멈추게 만들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나는 동료가 걱정하는구나, 불안하구나 판단하지 않고, 그가 하는 행동을 조용히 바라보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하루를 지켜본 뒤, 나는 그의 불안이 단순한 분위기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말 한마디 하지 않고 퇴근하는 그의 뒷모습은 무겁고 조심스러웠습니다. 그제야 나는 '이야기를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판단 없이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열리는 경험이었습니다. 비폭력대화는 이처럼 대화를 시작하기 전, 상대를 바라보는 태도부터 바꾸게 합니다. 그 변화는 말보다 먼저 오는 따뜻한 관심이었습니다.

비폭력대화의 감정 표현으로 불안이라는 감정을 이름 붙여주다

나는 조심스럽게 동료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요즘 많이 피곤해 보이네. 무슨 일 있어?"라고 묻는 대신, 그가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분위기를 먼저 인정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회의에서 말없이 앉아 있는 모습이 걱정됐어. 혹시 요즘 마음이 복잡한 거야?"라고 물었습니다. 이 말은 단순한 인사처럼 들렸지만, 내 안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상대를 탓하지 않고 내 느낌을 전하는 방식, 그것이 비폭력대화에서 말하는 감정 표현의 시작입니다.

 

비폭력대화는 감정을 숨기지 않되, 상대를 비난하지 않는 방식으로 표현하라고 말합니다. "왜 그렇게 예민해?"가 아니라, "나는 지금 걱정되고 마음이 무거워"처럼 말하는 것입니다. 그 말은 상대를 지적하지 않기에 방어심을 만들지 않습니다. 내 감정을 주어로 시작하면, 상대는 '공격받고 있다'고 느끼지 않고 '공감받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그날 동료는 처음엔 말없이 있었지만, 이내 "나 사실 좀 무서워. 이 분위기 낯설고 불안해"라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생각보다 훨씬 깊은 마음의 표현이었습니다.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감정을 숨기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직장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감정에는 이름이 필요합니다. '불안', '긴장', '두려움', 이런 단어들을 솔직하게 꺼낼 수 있을 때, 마음은 숨지 않고 존재하게 됩니다. 그날 우리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각자의 감정을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불안이라는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나서야, 우리는 말이 아닌 마음으로 이어졌습니다.

비폭력대화가 보여준 욕구의 본질 안전을 원하는 사람의 침묵

동료가 불안하다고 털어놓았을 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그의 말을 들었습니다. 그가 내게 감정을 털어놓았다는 건 이미 마음의 문이 조금 열렸다는 뜻이었습니다. 그 순간, 나는 감정 뒤에 숨은 '욕구'를 떠올렸습니다. 비폭력대화에서 감정은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합니다. 불안은 단순한 기분이 아니라, 지금 충족되지 않은 중요한 바람이 있다는 신호입니다. 동료의 불안은 단지 소문 때문이 아니라, '안정'이라는 욕구가 위협받고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나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혹시 너, 팀이 바뀔까 봐 걱정되는 거야? 익숙한 사람들과 일하는 게 편해서?" 그러자 그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내가 여기서 적응하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너도 알잖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생각하니까 너무 힘들어." 그의 말은 단순한 불평이 아니라, 안정된 환경에서 신뢰를 쌓아온 사람이 느끼는 두려움이었습니다. 비폭력대화는 이런 욕구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욕구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있는 자연스러운 바람입니다.

 

욕구를 드러내는 순간, 대화는 본질로 들어갑니다. 그는 일에 대한 열정이 없어서 불안한 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는 지금의 팀, 지금의 일, 지금의 환경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말을 하지 않으면 오해는 쉽게 생깁니다. 침묵은 의심으로 바뀌고, 거리는 멀어집니다. 그날의 대화는 침묵 속에 숨겨진 욕구를 꺼내는 시간이었습니다. 비폭력대화는 그렇게 마음속 가장 중요한 것을 함께 바라보게 해주는 언어였습니다.

비폭력대화로 전한 요청 마음을 묻는 질문 하나의 힘

감정과 욕구가 드러났을 때, 나는 비폭력대화의 마지막 단계인 '요청'을 떠올렸습니다. 그동안 나는 동료에게 무엇을 해달라고 말한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냥 분위기를 살피며 알아서 이해해주길 바랐고, 그도 내 말 없이 눈치로 받아들이길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비폭력대화는 그렇게 말 없이 기대하는 것이 진짜 소통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요청은 자신의 욕구를 바탕으로 구체적으로 말하는 행동입니다. 강요가 아닌 선택의 여지를 남겨두는 부탁입니다.

 

그래서 나는 동료에게 말했습니다. "혹시 네가 괜찮다면, 앞으로 우리 둘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끔 가지면 좋겠어. 너 혼자 걱정 안 해도 되게." 이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함께 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동료는 잠시 멈췄다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거 좋다. 혼자서 이 생각을 붙들고 있는 게 좀 버거웠거든." 이 짧은 요청은 대화를 이어가는 다리가 되었습니다. 말하지 않으면 몰랐을 그의 부담, 그리고 함께 하고 싶다는 내 바람이 자연스럽게 오갔습니다.

 

비폭력대화의 요청은 반드시 '예'나 '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상대가 '아니오'라고 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전해야 합니다.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요청은 강요가 되고, 대화는 통제가 됩니다. 내가 마음을 묻는 방식으로 말했기 때문에, 동료는 자신의 선택으로 나와 연결되기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요청은 누군가를 바꾸기 위한 말이 아니라, 함께 머물고 싶다는 조심스러운 표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말이 우리 사이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비폭력대화가 만든 연결 서로를 지키는 말의 온도

대화를 나눈 지 며칠이 지나자, 우리 사이에는 이전과는 다른 공기가 생겼습니다. 예전에는 점심시간에도 각자 핸드폰만 들여다보거나, 어색한 침묵이 길어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동료가 먼저 "오늘은 좀 괜찮은 것 같아"라고 이야기하고, 나는 그 말에 자연스럽게 "나도 그 말 들으니까 한결 편해"라고 응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폭력대화는 그렇게 단단하지는 않아도 따뜻한 연결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이 연결은 감정이나 생각이 꼭 같아서 생긴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만들어졌습니다. 동료는 여전히 불안을 완전히 털어낸 것은 아니었고, 나도 미래를 확신할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서로를 향해 "괜찮냐고 묻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덜 흔들렸습니다. 말 한마디가 보호막이 되었고, 조심스럽게 묻는 그 말의 온도가 관계를 지켜주었습니다. 연결은 이해의 결과라기보다, 진심을 나누고 싶다는 의도에서 생긴 것이었습니다.

 

비폭력대화는 마음을 정확하게 읽는 기술이라기보다, 관계를 지키고 싶다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말의 방식이 바뀌면, 사람 사이의 온도도 바뀝니다. 지금도 우리는 매일 바쁘게 일하고 있고, 소문은 아직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우리는 말로 서로를 감쌀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연결은 거창한 말이 아니라, "네가 괜찮은지 궁금했어"라는 조용한 한 문장에서 시작됩니다. 그 말이 있었기에, 우리는 같은 방향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비폭력대화는 조직 안에서 불안을 나누는 가장 인간적인 방식이다

비폭력대화는 복잡한 이론이 아니라 사람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출발합니다. 관찰, 감정 표현, 욕구 파악, 요청, 연결이라는 이 단순한 5단계는 말의 기술이 아니라 마음의 순서입니다. 이 글에서 다룬 경험처럼 조직개편이라는 낯선 변화 앞에서 누군가는 불안해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눈치를 봅니다. 그 상황에서 비폭력대화는 상대를 해석하지 않고 관찰하고,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진짜 바람을 찾아주며, 강요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말을 건넵니다. 그리고 마침내 연결이 시작됩니다.

 

우리 모두는 안정과 인정, 소속과 신뢰 같은 기본적인 욕구를 품고 살아갑니다. 그 욕구는 말없이 존재할 때보다 말로 표현되었을 때 훨씬 따뜻하게 전달됩니다. 말의 방식 하나가 사람의 하루를 바꾸고, 그 하루들이 모이면 관계가 바뀝니다. 직장이라는 공간도 결국 사람 사이의 관계로 이루어진 만큼, 말의 온도는 곧 조직의 온도가 됩니다. 조용한 질문 하나, 짧은 감정 표현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아주 오랜 시간 힘이 됩니다. 그런 연결은 결코 인위적이지 않습니다. 진심이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비폭력대화는 더 나은 대화법이 아니라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선택입니다. 이 글을 읽은 지금, 여러분도 작은 말부터 바꿔보기를 바랍니다. "무슨 일이 있었어?", "지금 마음이 어때?", "내가 뭔가 도와줄 수 있을까?" 이런 짧은 문장들이 조직 속의 불안을 줄이고, 동료를 안심시키며, 무엇보다 여러분 자신을 더 따뜻한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입니다. 말은 기술이 아니라 마음입니다. 오늘 하루,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진심을 묻는 질문 하나를 건네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