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대화

비폭력대화로 사라진 중2병, 우리 집 대화 실험 일지

꿀팁헬프 2025. 8. 14. 06:32

비폭력대화가 필요한 이유 사춘기 아이와의 대화가 벽처럼 느껴질 때

중학교 2학년이 된 우리 아이는 어느 순간부터 말수가 줄었습니다. "몰라", "됐어", "귀찮아" 같은 말이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아침 인사도, 저녁 식사도, 숙제 얘기도 모두 대화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혼자 방에만 있었고, 부모인 우리는 무엇이 문제인지 몰라 답답함만 커져 갔습니다. 노력은 했지만, 그럴수록 서로에게 말문이 더 굳어졌습니다. 어느 날부터는 눈빛조차 피하게 되었습니다.

 

그 무렵 처음 접한 것이 비폭력대화였습니다. 비폭력대화는 감정과 욕구를 중심으로 대화를 이어가는 말하기 방법입니다. 단순히 말을 부드럽게 하는 기술이 아니라, 상대방을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태도를 강조합니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아이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선 뭔가 바뀌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작게 시작했습니다. 아이의 말을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듣는 연습부터 했습니다.

 

이 글은 한 가족이 비폭력대화를 실천하며 중2병이라 불리는 시기를 어떻게 지나왔는지에 대한 기록입니다. 말투 하나, 시선 하나, 대화의 순서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는 달라졌습니다. 이 글이 같은 고민을 가진 부모들에게 작은 힌트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이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대신 우리가 달라졌고, 그 변화가 아이의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되었습니다.

비폭력대화로 사춘기 중학생 자녀와 부모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이미지

비폭력대화의 관찰 원칙으로 중2 아들의 말투를 다르게 보기

사춘기 아이의 말투는 부모에게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아들도 어느 날부터 "왜 또 그래", "그냥 나 좀 내버려 둬" 같은 말들을 거침없이 뱉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버릇없다고 생각했고, 바로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말다툼이 늘고, 서로 피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접한 비폭력대화에서 '관찰'이라는 개념이 무엇보다 인상 깊었습니다. 관찰은 평가나 해석 없이, 눈으로 본 그대로의 사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아이의 말에 숨겨진 의도를 찾기보다는, 겉으로 드러난 행동을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또 말 안 듣고 휴대폰만 하네"가 아니라 "방에 들어와서 침대에 누워 폰을 보고 있었구나"처럼 말하는 겁니다. 그렇게 말투 하나에도 관찰을 적용하니, 마음속 판단이 줄어들었습니다. 아이를 비난하는 감정이 줄어들자, 대화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 역시 방어적인 말이 줄어들었습니다.

 

비폭력대화의 관찰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태도의 전환입니다.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지만, 결코 무관심하게 보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관심을 가지고 주의를 기울여야 가능한 일입니다. 아이가 어떤 말을 했는지가 아니라, 그 상황에서 무엇이 있었는지를 바라보는 연습은 대화의 출발점을 바꾸어 놓습니다. 그 출발이 아이에게 신뢰를 주는 첫걸음이 되었습니다.

비폭력대화의 감정 표현으로 가족 간의 상처가 드러나기

관찰을 통해 아이의 말과 행동을 평가 없이 바라보기 시작한 뒤, 다음으로 바뀐 것은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아이가 무례하게 말할 때 화를 참거나 소리부터 질렀습니다. 하지만 비폭력대화에서는 먼저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인식하고, 상대를 탓하지 않는 방식으로 말할 것을 강조합니다. 감정을 숨기거나 폭발시키는 대신, 있는 그대로 꺼내는 연습이 시작됐습니다.

 

처음으로 "나는 지금 서운해"라고 말했을 때, 아이는 짧게 "왜?"라고 되물었습니다. 전에는 이런 상황에서 "너는 왜 항상 이래"라고 시작했지만, 이번엔 "아빠는 네가 대답 없이 방문을 닫고 나가는 걸 보면 외롭고 속상해"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은 위협이 아니었고, 방어할 필요도 없는 말이었습니다. 아이는 고개를 떨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날 이후 방문을 닫는 일이 줄었습니다.

 

비폭력대화는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만들어줍니다. 중요한 것은 감정이 아니라, 그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화났다"는 말 대신 "서운하다", "실망했다"는 말 대신 "불안하다"라고 바꾸면 상대는 비난이 아닌 마음을 듣게 됩니다. 감정을 솔직히 전할 수 있을 때, 대화는 대립이 아니라 연결의 기회가 됩니다. 그 첫 표현은 어렵지만, 분명히 관계를 바꾸는 힘이 있습니다.

비폭력대화가 드러낸 부모의 욕구와 아이의 진짜 마음

비폭력대화를 실천하면서 부모인 나부터 내 마음속 바람, 즉 '욕구'를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아이에게 바라는 게 많았지만, 정작 그 바람을 명확하게 표현한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공부 좀 해라", "말 좀 예쁘게 해라"는 말은 많았지만, 그 말에 담긴 진짜 욕구는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나는 아이와 따뜻하게 연결되고 싶었고, 서로 이해하는 대화를 원했습니다.

 

어느 날 아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빠는 네가 자기 이야기를 해주면 참 기뻐. 그럴 때 내가 너에게 중요한 사람처럼 느껴지거든." 이 말은 요구가 아니었습니다. 그냥 내가 느끼는 감정과 그 바람을 말한 것이었습니다. 아이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고, 그날 처음으로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몇 마디 해줬습니다. 아주 짧은 대화였지만, 그 안에 우리가 얼마나 멀어졌는지, 그리고 얼마나 연결되고 싶었는지가 담겨 있었습니다.

 

비폭력대화에서는 욕구를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이해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소속되고 싶어합니다. 그것을 솔직하게 꺼내는 순간, 상대는 방어가 아니라 공감을 하게 됩니다. 부모인 나의 욕구를 표현했을 때, 아이 역시 자신의 바람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잔소리는 싫지만, 나를 믿어줬으면 좋겠어." 그 한마디에 내가 얼마나 많은 걸 오해하고 있었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비폭력대화로 이뤄낸 요청과 대화의 새로운 기준 만들기

감정과 욕구를 솔직하게 드러낸 이후, 비폭력대화는 마지막 단계인 '요청'으로 이어졌습니다. 요청은 내가 바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말하는 과정입니다. 예전에는 "왜 방 안 치워?", "휴대폰 좀 그만 봐"처럼 지시하듯 말했지만, 아이는 그런 말을 들을수록 더 반발했습니다. 요청이 아니라 명령처럼 들렸기 때문입니다. 비폭력대화를 통해 아이에게 말할 때도 부탁의 방식으로 말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루는 이렇게 말해봤습니다. "아빠는 네가 저녁 먹고 식탁 치우는 걸 도와주면 고마울 것 같아. 하루 종일 피곤했거든." 아이는 놀란 눈으로 나를 봤지만, 아무 말 없이 접시를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그 순간, 아이가 바뀐 게 아니라 내가 바뀌었다는 걸 느꼈습니다. 비폭력대화에서 요청은 반드시 '선택 가능성'을 열어두는 방식으로 해야 합니다. 상대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진짜 대화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가족 사이의 말은 가까워서 더 거칠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요청을 부드럽게 표현하는 습관이 생기자, 우리 집의 대화 방식이 달라졌습니다. "지금은 힘든데, 이따가 이야기해도 돼?"처럼 묻는 말이 많아졌고, "그건 안 하고 싶어"라는 말도 더 솔직하게 들을 수 있게 됐습니다. 요청은 거절당할 수도 있다는 걸 받아들이는 과정입니다. 그리고 그런 인정이야말로, 서로에 대한 존중의 시작이었습니다.

비폭력대화가 만들어낸 변화 중2병 대신 생긴 웃음과 공감

몇 달간 비폭력대화를 꾸준히 실천한 결과, 우리 가족의 분위기는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아침 식탁에서는 이제 짧게나마 서로 안부를 묻는 말이 오가고, 저녁엔 하루 있었던 일을 조심스럽게 나누게 되었습니다. 아이는 여전히 사춘기 특유의 예민함을 보이지만, 감정을 숨기지 않고 표현하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중요한 건, 그 말이 더 이상 날카롭지 않고 솔직하게 들린다는 점입니다.

 

가장 큰 변화는 웃음이 늘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대화가 시작되면 금세 갈등으로 번지곤 했지만, 이제는 말 끝에 농담이 따라붙기도 합니다. 아이는 "오늘은 괜찮은 하루였어"라고 말하기도 하고, 부모는 "힘든 하루였지만 네 얼굴 보니까 좀 풀린다"는 말을 서슴없이 건넬 수 있게 됐습니다. 이런 말은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훈련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비폭력대화는 중2병이라는 단어로 쉽게 단정 지었던 시기를 다시 보게 해주었습니다. 아이는 그저 자신을 표현할 방법을 몰랐을 뿐이었습니다. 부모인 우리도 아이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지금 우리 가족은 여전히 완벽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서로를 탓하지 않고,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일 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변화는 말투가 아닌 태도에서 시작되었고, 결국 말이 아닌 마음을 연결하는 법을 배운 셈입니다.